Sunday, March 6, 2011

통영 수하식 굴 - 입 안 한 가득 바다 향

굴은 조간대에서 자란다. 조간대란 개땅이 간조 때는 바깥에 노출되고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기는 구역을 말한다. 물이 나면 굴은 바깥에 노출이 되니 채취하기가 쉽다. 따라서 굴은 오랜 옛날부터 쉽게 얻을 수 있는 음식이었으며, 그 흔적으로 선사시대의 패총이 한반도 곳곳에 남아 있다. 굴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굴은 돌이나 나무 어디에든 잘 붙어 자라므로 바닷가에 돌이나 나무 따위를 넣어 굴을 붙여 키웠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방식의 굴 키우기가 있었다 한다. 통영의 수하식 굴은 바다에 부표를 띄우고 그 아래에 굴을 붙인 조가비를 길게 늘어뜨려 키운다. 대량 생산을 위한 방법이다.
  • 1  2년 자란 수하식 굴이다. 투석식이나 지주식에 비하여 굴이 크다. 한 입 가득 찬다.
  • 2  수하식 굴을 채취하는 선박이다. 해가 뜨면서 굴 거두는 일이 시작된다.
  • 3  굴 까는 일은 손으로 한다. 김이 나는 바가지에는 따뜻한 물이 담겨 있다. 손을 녹이기 위한 것이다.


수하식 굴의 장점
굴을 키우는 방법은 여러 종류가 있다. 먼저, 투석식이다. 개땅에 돌멩이를 던져넣어 이 돌에 굴을 붙이는 방법이다.(네이버캐스트 '간월도 자연산 참굴' 참조) 이 투석식 굴은 자연산과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투석식과 비슷한 고전적인 방법으로 지주식이 있다. 지주식은 조간대에 기다란 나무를 박아 굴을 붙여 키운다. 최근에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수평망식이라는 방법이 일부 시도되고 있는데, 조간대에 평상을 펴서 그 위에 굴을 키운다. 또, 조간대에 덕장 같은 나무틀을 만들어 굴줄을 거는 간이 수하식이 있다. 이상의 방법들은 대부분 간조에는 굴이 바깥에 노출된다. 자연산 굴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다. 여기에 비해 수하식은 바다 위에 부표를 띄우고 어린 굴이 붙은 줄을 바다에 내려 키우니 굴이 바깥에 노출되는 일이 없다. 이 굴 키우는 방법의 차이로 인해 굴의 맛이 달라진다. 물론 자연 상태에 가까운 환경에서 키우는 굴이 더 단단하고 향이 짙다. 통영의 어민들도 여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수하식 굴의 장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굴이 크게 자란다는 점이다. 굴 하나의 크기가 10그램 내외이다. 한 입 가득 바다의 향을 삼키는 즐거움은 수하식 굴에서나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양식은 아니다
자연산 굴 외는 흔히 '양식 굴'이라 한다. 정확히 보자면 바른 말이 아니다. 양식이란 인공으로 부화를 하고 사료를 먹여 키우는 것을 말한다. 일부는 인공으로 굴의 부화를 도와 채묘를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자연의 굴 유생을 조가비에 붙이며, 또 굴을 키우는 과정에서 사료를 주는 일이 없으니 양식은 아니다. 통영의 어민들은 '수하식 양식 굴'이 아니라 그냥 '수하식 굴'로 불리기를 바란다. 국내의 수하식 굴은 1960년께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전까지는 조간대가 넓은 서해안에서 투석식, 지주식으로 주로 키웠는데, 이 수하식이 남해에 들어오면서 굴 주산지가 바뀌었다. 특히 통영 앞바다에서 수하식이 많으며 이 바다에서 국내 생산량의 80% 정도를 감당한다. 일본 수출도 많이 한다.


2년 자란 것이 맛있다

수하식 굴 키우기는 굴을 붙이는 조가비 엮는 작업이 그 시작이다. 4~5월 봄에 이 일을 한다. 7.5미터에 이르는 긴 줄에 6.5미터 길이까지 조가비를 끼운다. 조가비는 가리비나 굴의 것을 쓴다. 가리비의 조가비는 일본과 중국에서 수입을 하기도 한다. 굴은 6~8월에 산란을 하는데, 이 시기에 굴의 유생을 조가비에 붙인다. 바다에는 굴의 유생이 대량으로 떠돌아다니는 때를 맞추어 조가비를 엮은 줄을 바다에 내리는 것이다. 이를 채묘라 한다. 굴의 유생이 붙은 '조가비줄'은 이제 '굴줄'이 되어 부표에 걸린 긴 줄 위에 묶여 바다에 내려진다. 굴줄은 40센티미터 간격으로 묶이는데 긴 줄 하나의 길이는 100미터에서 200미터에 이른다. 이렇게 채묘한 굴은 두 번째 겨울에 거둔다. 햇수로 2년 만에 거두는 것이다. 깐 굴의 크기는 보통 8그램 이상이며 큰 것은 12그램 정도이다. 채묘한 당해 겨울에 거두는 굴도 있다. 이런 굴은 4그램 정도로 잘다. 그런데 가격은 더 비싸다. 굴을 까는 데 힘이 더 들기 때문이다. 맛은 2년치의 큰 굴이 낫다.


바다의 일, 사람의 일

통영의 바다는 부표로 인하여 하얗다. 대부분 굴의 부표이며, 멍게의 것도 있다. 새벽 동트기 전에 운반선을 몰고 이 하얀 바다로 나가 굴을 거둔다. 2년간 바닷물에 담겨 있던 굴줄이 올라오면 그 줄을 끊고 드럼 세탁기 같은 통을 돌려 굴만 솎아낸다. 한나절이면 운반선에 굴이 가득 찬다. 여기까지는 남자의 일이다. 운반선으로 옮겨진 굴은 굴 까는 작업장에 부려진다. 여자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굴을 깐다. 새벽 5시부터 시작하여 오후 5시까지 작업을 하는데, 품삯은 굴을 깐 양에 따라 정해진다. 이 굴은 세척과 포장 과정을 거쳐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에서 경매를 거쳐 전국의 시장에 흩어진다. 굴을 키우는 것은 자연의 일이지만 그 환경을 조성하고 거두어 먹을 수 있게 하기까지 온통 사람의 노동이 거쳐야 한다. 그래서, 굴이 간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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